<북드라마 브리핑 BookDrama Briefing>
『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』 정애리, 놀, 2020.12.08
화끈한 고백도 없고 자극적인 문장도 없다.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고 평범한 글들이 이 어진다. 특별할 것 없는 여배우의 에세이집.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. 책장을 넘길수록 누 군가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것처럼 마음이 다정해지고, 그녀의 ‘괜찮아요’ 한마디 에 굳게 닫아걸었던 마음 빗장이 스르 륵 풀리는 느낌이 든다. 이것이 살아낸 힘인 걸까.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그녀만의 비범한 깨달음은 읽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.
책 『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』은 42년차 배우 정애리의 에세이집이다. 작게 핀 들꽃, 떨어진 낙엽, 아름다운 노을과 세상을 떠난 엄마의 손글씨까지, 일상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오롯이 짧은 글로 옮겼다. 끝내 살아냈다는 흔적, 견디는 힘, 너를 존중하는 법, 살아내는 풍경, 서로에게 기대어, 빈 의자가 주는 위로, 내가 살아낸 계절, 마음을 비 추는 액자, 온 우주를 담아 너에게… 제목 만 읽어도 주저앉은 마음을 일으켜 세울 힘이 솟는 기분이다.
책에는 저자가 지극히 보통의 하루 끝에서 건져 올린 소중한 삶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 럼 펼쳐진다. 그간 입 밖에 꺼내지 않았던 상처들까지 내보이며 삶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. 특히 노량진 성로원에서 시작해 월드비전, 연탄은행, 생명의전화 등 가장 낮은 곳에서 나눔과 봉사의 삶을 걸어온 그녀의 일상은 묵직한 감동을 준다.
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. “삶의 비바람을 마주한 이들에게 따뜻한 우산을 준비 해 건넬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.” 다시 일어난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말 이기에 오래도록 마음을 울린다.
* 해당 파일은 2월 2일 북드라마 관련 자료입니다.